나는 과체중이다. 사실 과체중보다 표준에서 더 멀리 간 고도비만이다. 고혈압은 3년전에, 당뇨는 아직이지만, 공복혈당이 99로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다. 먹는 것을 어느정도 조절해 봤지만, 적지 않는 나이와 적은 운동량으로 이미 바닥을 쳐버린 기초대사량으로는 적게 먹은 것 조차 제대로 태워내지 못했다. 약해진 관절 특히 무릎은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하중을 견디는 녀석에게 미안하다. 때문에 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일단 약해진 무릎을 단단하게 해줄 만한 무엇이 필요했다.
어느날 산을 좋아하는 직장동료에게 우리집 뒤에 초보자 등반할 만한 적당한 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주말산행을 시작할 것으로 맘먹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한달이 되었다.
군시절부터 걷는 것은 자신있었다. 비록 많이 것는 주특기는 아니었지만, 훈련병때부터 발에 물집한번 잡힌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첫등산을 겁도 없이 가지고 있는 운동화중 가장 딱딱한 놈을 골리신고 올라갔다. 대비 없는 첫 산행은 무리를 불러 왔다. 엄청난 무릎 통증을 후과로 남겼다. 이대로 멈춰야 하는 가 생각하며 다음날 출근했는데, 이게 웬걸.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힘이 붙어 버린 무릎상태를 알아버렸다. 단번에 내게 맞는 운동인 것을 직감하고, 그날저녁 무릎 보호대를 총알배송으로 주문했다. 그 다음날은 집사람을 쫓아나간 마트에서 세일하는 등산화를 고민도 없이 사왔다. 내가 내 돈으로 등산화를 사는 날이 오다니...
그렇게 그 다음주. 두번째 등산에는 무릎보호대와 등산화가 장비로 추가되었다. 첫 등산에서는 난코스 앞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지만, 두번째 등산에서는 페이스만 조절하면 오를만 했다. 애초에 정상정복보다는 정해진 시간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첫번째 등산에서 왕복 1시간반을 소비했고, 두번째 등산에서도 시간은 엇비슷했다. 하지만 거리는 두배 가까이 늘었다. 페이스가 빨라진 것보다 쉬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순 운동시간이 길어졌으므로 운동량은 자연스럽게 늘었다.
새번째 등산에서는 시간을 거의 두배 가까이 늘였다. 첫번째 등산에 비해 운동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더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 또한 중턱에서 그친 두번의 산행과는 차원이 달랐다. 네번째 등산은 시간 문제로 짧게 진행했다. 하지만 페이스가 현저히 빨라졌다. 발전이 보이니 힘이 났다.
모자란 운동량은 자차를 최대한 쓰지 않고 출퇴근 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정거장과의 집사이를 걷는 것으로라도 채우려 했다.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안에서 독서시간이 확보되었고, 짧은 글을 엮어 만든 책들을 일주일에 한권정도 읽는 것으로 정했다. 책읽기가 자연스레 빨라지므로, 도서관에 들르는 일도 잦아졌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1-2주에 한권정도는 무리없이 읽게 되었고, 대중교통안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책을 끝까지 읽기위해 집에서의 독서량도 자연스레 늘었다.
얼마전 티비에서 좋은 습관이 자리 잡는데 평균 60일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본 적이 있다. 그 연구결과를 말하는 학자는 평균은 그런데 편차가 심하다는 말도 보탰다. 좋은 습관을 잘 자리잡는 사람은 20일도 걸리지 않지만, 그게 어려운 사람은 250일이 넘도록 좋은 습관을 가지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달정도는 좋은 습관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해 볼만 하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어제 몸무게를 재어 보았다. 체중은 1도 빠지지 않았다. 먹는 것을 크게 제한하지 않고 운동만 하는 것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 현실을 인정하고 먹는 것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이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밖에 비가 온다. 오늘은 차로 출퇴근 하고 싶다. 두달의 법칙(?)은 나를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아니, 내일 등산스틱 사러 가야지. 의미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 멈추지 않는다.
- 서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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